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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고통이 있는 곳에…
2008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됐다. ‘살아있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해하게 될 경우 벌금 500만’이었다.
2012년 7월 또 다시 동물보호법이 강화되었다. ‘살아있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살해하게 될 경우 벌금 천만 원 혹은 징역 1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동물보호법 개정 후, 실제 동물학대법에 적용된 경우는 한 두 건에 미치지 못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들은 말한다. “개를 먹는 나라에서 개 때리는 게 무슨 학댑니까?”
검찰 및 사법부의 안일한 판결도 문제다. 동물보호법 개정만 됐지 현실적 실행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동물보호법만 계속 개정되어 왔다. 개를 키우는 시민들의 여러가지 ‘의무’만 증가됐다.
이번에 동물학대법이 개정된 숨은 공로자는 황구라는 누렁이 한 마리였다. 대낮에 한 남자가 몽둥이로 황구를 때려 눈과 몸이 짓이겨진 채 황구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사건이 며칠간 인터넷을 달구었다. 세계적 소프라노 가수 조수미씨도 눈물을 흘리며 해당 경찰서장에게 팩스를 보내 황구 학대범을 잡아 달라고 호소했다. 여론이 이렇게 되자 정부에서는 황급히 동물학대 개정안을 국회에 통과시켰다.
한국의 개식용은 중국에서부터 들어왔다. 개고기는 원래 중국 주나라 춘추시대 때 그 식습이 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고구려, 조선시대를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고 한다. 사대주의 사상 폐단 중의 하나이다.
일제시대의 고달픔, 연이은 6.26 전쟁 등 역사적 수난시대를 거치면서 당시 한국 사람들은 먹을 것이 부족했다. 그들은 단백질 섭취를 위해 중국의 개식용 문화를 자연히 받아들였고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먹게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동물이란 동물은 모두 먹었다. 길거리 개구리, 뱀도 잡아먹었다. 국난으로 인해 ‘천민식습’이 자리 잡을 수 밖에 없었던 정치적, 역사적 배경이다.
일본인들은 이 개식습을 교묘히 국제 언론에 잘 이용했다. 한국인들이 개까지 잡아먹는 무식한 ‘천민’들이라 일본이 ‘그들을 교육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식민지화를 위한 핑계였다. 이런 역사적, 정치적 배경 속에서 싹튼 ‘천민, 상놈 문화’의 대명사인 ‘개식습’이 현재 세계 속에 ‘한국의 위상’을 무너뜨리고 ‘국격’을 손상시키고 있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대만의 개들은 한국 못지않은 아비규환 속에 있었다.
국제사회는 대만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동물의 권리를 지켜주기를, 생명에 평화를 주기를, 강력히 촉구했던 것이다. 대만상품 불매운동도 일어났다.
영국에서도 ‘개고기 먹는 한국’을 비난하며 한국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노태우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영국시민은 “개고기 먹는 나라의 대통령은 입국할 수 없다!”며 강력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1988년 한국올림픽 당시도 한국 개고기 문제로 국제여론이 들끓었다. 2002년 월드컵 때도 상황은 같았다. 세계여론이 다시 한 번 ‘개고기’ 문제로 한국을 향해 항의했다. 이에 김홍신 전 국회의원, 영화배우 문성근, 작가 홍세화, 시인 김지하 등이 “개고기 먹든 말든 간섭말라”며 나섰다.
이에 대해 박창길 성공회대(大) 환경경영과 교수는 다음과 같이 심정을 피력했다. “김홍신 의원을 요즘 보기 드문 소신 있는 사람으로 알았다. 그런데 참으로 인정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오히려 개고기 반대 운동을 했더라면 정말 용기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었을 것이다. 우리들이 좋아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이어 그는 말했다. “죄없는 개를 제물로 바친 정력이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일까?”
법정 스님도 말했다. “설령 과거의 식습관이라고 하더라도 과거가 그러하니 현재에도 그래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다. 한 사회의 문화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서 발전하게 마련인 것이다.”
인터넷 카페 ‘홍세화의 아름다운 나라’에서 한 네티즌인 ‘리건’은 ‘개고기 불간섭 선언’에 대해 다른 가치와 권리를 지닌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확장시키는 것이 올바른 정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 다른 존재란, 외국인, 여성, 장야인, 어린이가 될 수도 있고 동물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개고기 불간섭 선언이 발표되자 금선란 한국동물보호협회 회장과 회원들은 깊은 유감을 전하며 “개고기 불간섭 선언의 전문이 우리 국민 모두의 뜻인 양 그들이 대변하고 있는 것도 큰 잘못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을 방문할 많은 외국 손님들을 못 오도록 부추기는 것과 같은 바보스런 짓이다. 악습을 고쳐나가야 할 유명인사들이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아집에 실망스러운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행사 때 마다 개고기문제가 화근이 되자 급기야 2003년, 이런 세계의 여론을 의식한 한국정부가 거의 ‘사기’에 가까운 대안을 황급하게 마련했다. ‘애완견’과 ‘식용견’이라는 구분이었다. ‘먹는 개’ 따로, ‘함께 사는 개’ 따로 있다는 해석인데 ‘눈감고 아웅’이었다. 그렇다고 변화된 건 없었다. 정부에서 세계인들의 눈속임만 한 것이지 여전히 한국에서는 개를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한국은 애타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장 밖에서는 피켓을 든 프랑스인들이 한국을 비난하고 있었다. ‘평창시내에서 개고기 먹는 모습을 본 외국선수들이 정신적 충격으로 어떻게 경기에 임하겠냐’는 것이었다.
개고기는 20년 넘게 한국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이대로 아무 처방이 없다면 2018년 동계 올림픽 때 또 한 번 개고기 문제가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에 오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개고기라고 한다. 이것을 외면한 채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천문학적 세금을 쓴다. 모순이다.
가까운 대만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대만 국회의원들이 바로 나섰다. 2002년 개식용 금지 법안과 유기견 문제 및 동물복지강화 법안을 제정해 개식용과 개 도살을 금지했다. 회식으로 개고기를 먹으러 다니는 일부 한국 국회의원들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개고기를 찬성하는 일부 인사들은 말한다. “그것은 우리 문화다” 라고. 이에 개인동물보호가 정희남 씨는 말한다. “대만이 민족적 자존심도 없고 자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없어서 개고기 금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겠는가?”
아시아 곳곳 국가도 개식용 금지 법안을 앞다퉈 실행했다. 동물 싸움(투견 등도) 금지하고 있다. 필리핀은 대만보다 조금 이른 1998년 개식용 금지법을 제정하고 동물복지위원회까지 세웠다. 태국은 2003년 12월 개식용 금지법을 만들었고, 홍콩은 오래 전부터 개식용이 불법이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동물복지당’을 만들어 말 못하는 동물들의 대변인 역할까지 하고 있다.
“민주화상태, 경제력과 문화 등에서 그들 나라보다 못할 게 없는 한국이 왜 그들 나라보다 더 낙후된 동물보호법을 가지고 있는가”라며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지적했다.
아직도 한국 정부는 방관하고 있다. 개를 먹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7곳 뿐인데 대부분 후진국이 이에 속한다. ‘당당하게’ 한국도 명단에 포함됐다. 정부의 무관심과 태만, 제도적 장치 부족으로 동물은 학대 속에서 방치돼 있다.
동물보호가 정희남 씨는 다시 말한다. “정부는 먹을 수 있는 누렁이와 그렇지 않은 애완견을 구분해 개고기 합법화도 아니고 불법화도 아닌 ‘애매모호한 이중 잣대’로 법을 이용하고 있다. 국민들과 세계인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개고기업자들만 그것을 편리하게 자기들 이익에 적용시키고 있다.”
동물에 대한 폭력을 정부가 허용해 주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말하는 ‘식용견’인 누렁이나 백구도 애완견으로 키우는 집이 많다. 반면 ‘반려견’으로 분류된 애완견들은 지금도 보신탕집, 개소주 집 앞마당에서 혹은 은밀한 구석진 곳에서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되고 있다. 개식용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와 잣대를 가진 동물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금선란 회장은 “한국에서 개식용 금지 법안이 제정되지 않는 한 동물보호법도 ‘기둥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지도자나 공무원들에게 ‘생명의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이미 의식이 앞선 국민들과 협조’한다면 생명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동물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은 선택할 사안이 아니다. 국민으로서 지도자로서 지켜야 할 생명에 대한 의무다.
윤상욱 환경학 박사는 “겁에 질린 개의 눈을 보라. 이것이 먹을 음식인가? 동물을 사랑하는 것 역시 좋은 자연요법이다. 난치병 환자들이 개를 기르면 병세가 호전된다는 의학보도를 우리는 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들 중 특히 개는 공포에 대한 인지력이 매우 높다고 한다.
시(市) 자치제로 운영되고 있는 유기견(遺棄犬) 보호소를 가보라. 안락사 기간 동안 이들은 물건처럼 취급당한다. 어차피 죽을 생명이라 밥도 물도 잘 주지 않는 곳도 많다. 짐짝처럼 좁은 케이지 안에 넣어 차곡차곡 쌓아 올려 위에서 부터 흘러내리는 오물이 아래 유기견들의 눈과 몸을 썩게 만든다. 그래도 그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마리당 13만원씩을 받고 유기견 시 보호소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소장들은 그 돈을 아끼기 위해 포획되어 온 개들을 돌보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보호소에서는 안락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살아있는 유기견들을 대형 냉동고에 넣기도 하고 산채로 화장을 시키기도 했다.
작고한 법정 스님은 “한국의 개고기는 음지문화를 조장하는 악습”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남자들의 외도를 조장하는 문화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몽둥이로 때리고 매달고 톱으로 자르고 도끼로 정수리를 치고 생목을 따며 생껍질을 벗기는 무수한 생명학대를 통해 생명경시사상을 조장한다고도 했다. 한국의 개식용은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개를 학대하게 만들고, 이것이 생명에 대한 불감증으로 발전해 다른 동물들을 쉽게 학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 살생까지 간다는 것이다. 강호순, 유영철 등 한국의 연쇄살인범들은 어릴 때 부터 개를 학대해 온 동물학대범들이었다.
대만은 한국과 더불어 개고기를 먹고 개를 도살할 수 있었던 나라였다. 길거리에 유기견들의 오물로 뒤덮히자 대만 정부는 “무조건 죽이기”라는 해결방안을 강구, 고랑을 파서 개들을 생매장하는 등 갖은 잔인한 방법들을 동원했다.
이웃 선진국들은 동물들에 대한 ‘생명평화 고착’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를 의식한 대만의 국회의원들이 선진국 수준의 동물보호법을 위해 뒤늦게 앞장섰다. 그들의 노력으로 2002년 초, 대만에서 개고기 금지 법안이 통과됐다. 유기견 복지 강화도 마련됐다. 시 보호소는 각 동물병원과 연계시켰다. 그리고 시 보호소에서 포획한 유기견을 입양 보내는 제도를 적극 추천했다. 각 협력 동물병원으로 유기견을 보내 입양을 쉽게 만들었다. 병원에 보낸 이후에도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만 다시 시 보호소로 돌려보내 안락사를 시킨다. 대만에서는 돼지를 도살할 때도 전기도살을 하지 않고 안락사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현재 대만의 동물 복지는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 있다. 국가 경제발전과 외교문제가 세계 최고 선진국의 대우를 받게 됐다. 동물보호가 가장 진보적 문화라고 생각하는 세계인들의 인식 때문이다.
‘대만이 민족적 자존심도 없고 자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없어 개고기 금지령을 국회에서 통과시켰겠는가.’
누군가가 말했다. “우리가 개를 먹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나의 개뿐만이 아닌 모든 개들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는 우리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개식용 퇴출은 어떠한 논리나 생명사랑에 앞서 그러한 이웃과 이웃나라에 대한 우리사회의 성숙한 배려이다.”
수많은 세계전쟁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힘이 ‘인간의 폭력’을 멈추게 해왔다.
이제, 동물에 대한 ‘인간의 폭력’을 막아서야만 한다.
생명의 고통이 있는 곳에 ‘성숙한 대한민국 정부, 국민, 우리가’ 있기를 바란다.
글쓴이: 강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