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Controversy over dog eating-10/16/2021
Sharing from Yonhap News TV “News Prism”, 10/16/2021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개 식용 논란 “복날은 간다”
[Investigative Report News Prism] Controversy over dog eating “Good luck is coming”
[오프닝: 이준흠 기자]
[Opening: Reporter Lee Jun-heum]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Hello viewers, how are you? Let’s start
[영상구성]
[이준흠 기자]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 식용 금지 검토”를 언급하며 해묵은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가능한 일인지, 또 현재 실상은 어떤지 먼저 짚어보겠습니다. 김지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개 식용금지 법제화 가능성은?…관건은 사회적 공감대 / 김지수 기자]
서울시 내 한 개고기 판매 식당입니다. 한창 영업 중이지만 국내 배달 대행 서비스 앱에선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메뉴로 보고 등록을 제한하고 있는 겁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은 혐오감을 주거나 잔인한 방법으로 도살돼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개 도살 금지를 따로 명문 조항으로 두지는 않고 있습니다.
개는 식품 분류에서 인정하는 원료에도 포함되지 않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다루는 가축의 범위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개고기가 식품으로서 위해성이 있다고 밝혀진 것은 아닌 상황에서 식당 위생 기준 점검 범위에서만 단속은 이뤄집니다.
<식약처 관계자> “(식용)가축의 범주에 빠져 있다 보니까 사각지대라고 해야 하나 개를 명확히 금지한다는 규정도 없고, 식용을 한다는 규정도 없거든요…”
이 때문에 개고기 식용을 막기 위해서 별도의 법을 만드는 논의도 가능하나 최근 한 설문조사에선 72.1%가 개고기 섭취를 개인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 “(진행)절차도 지금 정해진건 없는거구요. 여러 부처도 관련이 있어서 논의를 할 거예요. 변수가 많아서요. 법으로 정할 수도 있고…”
대만은 2017년 법으로 개와 고양이 식용을 금지했고, 중국도 법제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개 식용 문화가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개 식용 금지’가 추세가 되곤 있습니다.
국회에는 개나 고양이를 도살 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가 크게 진전되지 못하고 상임위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결국 법제화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재근 / 대중문화평론가> “(국내) 기준으로 보면 개 식용금지와 관련해서 대단히 팽팽하게 의견이 맞서고 있거든요. 계속해서 문화적으로 변화해 나가니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든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
개 식용 논란의 시작은 서울 88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8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문화적 영역에서의 해결이 아닌 식용 금지라는 제도화로 40년에 걸친 논란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김지수입니다.
[코너:이준흠 기자]
앞서 말씀드린 서울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국제 행사를 앞두고 해외 동물애호단체 들의 압력이 이어지자 정부는 개고깃집을 외곽지역으로 옮겼습니다.
보신탕 대신 ‘사철탕’ , ‘영양탕’ 같은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즈음에는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월드컵을 유치하려면 보신탕을 먹지 말라”는 편지를 쓴 게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평창올림픽 때도 도마 위에 오르는 등, 국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개 식용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는데요.
우리 문제를 외부의 기준만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이미 개 식용을 둘러싼 여론에는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개 식용 관습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구려 시대 벽화에도 개 도축이 기록돼있습니다.
조선 시대 때 이야기인데요. 개고기를 좋아하는 실력자에게 개고기를 뇌물로 선물해 벼슬을 얻은 이팽수는 ‘개고기 주서’라는 뜻의 ‘가장주서’라는 별칭으로 불렸습니다.
반대로 개가 병이 나면 의원을 부를 정도로 반려견을 애지중지한 판서 조상진의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개를 소나 돼지 같은 가축으로 보느냐, 반려동물로 보느냐는 시선의 차이가 이때부터 있었던 것 같은데요.
최근 조사에서는 1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개나 고양이 고기를 생산 판매하지 말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15%에 이르는, 생활환경의 변화도 한몫했을 겁니다.
국내 3대 개 시장 가운데 이제 남은 건 대구 칠성시장뿐입니다. 그나마 도살장을 모두 없애고 보신탕집도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개인의 ‘먹을 자유’보다, 개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사육, 도살, 유통 등 모든 과정이 동물 학대와 불법인 현실을 더 무겁게 보는 시선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박지성 선수가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팬들이 불러준 자신의 응원가를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호소했습니다.
일명 ‘개고기송’인데요. 박지성 선수는 당시에는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지만, 이젠 세상이 변했다고 했습니다.
<박지성 / 전 축구선수> “최근 젊은 세대는 개고기 먹는 것 자체를 싫어해요. 문화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황희찬 선수가) ‘개고기송’ 응원가를 듣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언급으로 논쟁의 전환점을 맞은 셈인데요.
지난 20대 국회 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지난해 발의된 관련 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해당 법안은 법률에 ‘개 식용 금지 규정’을 처음으로 명시해, 앞으로 논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준흠 기자]
이렇게 동물권을 중시하는 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당장 생존권이 걸려있는 육견업계의 반발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방준혁 기자가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개 식용 금지 뜨거운 논쟁…”보편 흐름” vs “규제 과도” / 방준혁 기자]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보신탕 골목을 찾았습니다. 점심시간인데도 가게마다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보신탕 가게 주인> “손님이 없다니까. 어쩔때는 (하루에) 한 그릇 팔고, 두 그릇 팔고 그래.”
이곳 시장 한 켠에 늘어서 있던 개고기 (도소매)판매 업체들도 최근 들어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시장 상인> “하도 나라에서도 못 하게 하고, 애견(동물단체) 애들이 와서 떠들어대고 하니까 점점 안되는 거예요.”
실제로 국내 개 사육 농가와 시장 규모는 계속해서 축소돼왔습니다. 대규모 개고기 시장 가운데 여러 곳이 이미 폐쇄됐거나, 폐쇄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경기도가 최근 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80% 이상이 앞으로 개고기를 섭취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장철 / 인천시 부평구> “제 지인들도 그렇고 개고기에 대한 인식이 젊은 세대는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는 먹는 사람은 없고요… “
개 식용 금지를 검토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주문에 동물권 단체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대표> “(개 식용 반대는) 사회 흐름 속에서 동물 운동과 관계없이 많은 국민에게 형성된 거예요. 전 세계 보편적인 가치관이 되고 있고요.”
다만 개 식용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원재 / 춘천시 후평동> “개고기를 섭취한다는 개인의 생각이나 선택을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육견 단체는 반려견과 식용견을 따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주영봉 / 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 “식용 목적으로만 계속해서 우리가 개량하고 육종해서 발전시켜왔고 이미 전업농화돼 있습니다. 식용 목적의 개만 가축의 범주에 넣어서 관리를 하면…”
그러나 한 종의 동물인 개를 반려용과 식용으로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고 잔인한 도살과 열악한 사육 환경 등 동물 학대를 막을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최미금 /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 이사> “개라는 동물은 농장식 축산 방식에 대해 연구조차 돼 본 적이 없는 동물이에요. 전기도살을 하더라도 기절만 시킬 뿐이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동물권 단체와 육견 단체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양측은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육견 업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이준흠 기자]
대선주자들 속속 동물복지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담회나 토론회 등에서 잇따라 이 문제가 거론되면서 개 식용 문제는 대선 현안으로도 떠오를 조짐인데요. ‘펫심’을 잡으려는 주요 주자들의 입장을, 장보경 기자가 짚어봅니다.
[文대통령 언급한 ‘개식용 금지’…대선 이슈로 부상? / 장보경 기자]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김부겸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꺼낸 이 말로, ‘개 식용 금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습니다.
의견은 엇갈립니다.
개 식용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다른 동물과 차이가 없고 도축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반대하는 사람들은 동물권 측면에서 개 식용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문제는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발언에도 녹아들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는 앞서 동물복지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개 식용 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재임 때 모란시장 개고기 상가 철폐 선례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지난 8월)> “모란시장 입구가 아주 험악한 그런 장면이라…한 5년 정도 정말 가능한 방법 전부 동원해서 설득하고 타협하고 해서 없애긴 했는데”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입장은 엇갈렸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경선 후보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윤석열 / 국민의힘 대선경선후보> “(개고기 이런 것에 대한 공약 내실 생각 있으십니까?)다른 사람의 선택의 문제라서 제가 함부로 말하기가…”
유승민 경선 후보는 식용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유승민 / 국민의힘 대선경선후보> “저는 개 식용 반대합니다 제가 강아지 키우면서 그거는 반대해야겠다”
경선 TV토론에서도 공방이 빚어졌는데, 홍준표 경선 후보가 개 식용금지 찬성글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했다며 원희룡 경선 후보가 지적하고 나선 겁니다.
<원희룡 / 국민의힘 대선경선후보> “개고기 식용 반대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 잘했다’ 발언했다가 글 내렸어요 지금 어떤 입장입니까?
<홍준표 / 국민의힘 대선경선후보> “반대하는 거는 맞아요. 근데 법률로 과연 금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 문제죠.”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 1,400만 시대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논쟁이 대선을 앞두고 또 한 번 떠오른 상황. 대선 전 국회 논의에도 변화가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장보경입니다.
[클로징: 이준흠 기자]
세계에서 개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 그다음은 베트남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개 식용 대표국가로 여겨지는 건 그만큼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선진국으로서의 기대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유명 시트콤 ‘프렌즈’의 제작자, 한국의 개고기 산업을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누렁이>를 공개했습니다. 개고기 식용을 인종 혐오로 재단하는 기존의 시각과 달리, 개고기 산업은 한국 사회에서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는 관점이 담겨 있습니다. 이 복잡한 실타래를 푸는 건 결국 당사자인 우리의 몫일 테지요.
모든 걸 먹던 시절에서 먹을 것과 먹지 않을 것을 구분하고, 먹는 과정도 최소한의 인도적 절차를 고려해보자는 것, 과거의 관습과 미래의 철학 사이에 서 있는 현재 우리의 고민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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